작성일 : 13-06-08 00:19
지하철로 출근하다 숨 막히고 가슴이 ‘두근’
 글쓴이 : 푸른마음신경정신과
조회 : 2,337  
<동아일보>
페쇄공간에만 가면 숨 막히고 진땀… 미칠 것 같은 공포감 엄습

《 지난주 지하철 5호선에서 공황장애를 앓던 지하철 기관사가 선로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공황장애는 그 자체로 목숨을 잃는 병은 아니다”고 강조하지만 이 병으로 인한 희생자는 줄을 잇고 있다. 2003년 8월에도 이 병을 앓던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두 기관사가 며칠 사이로 세상을 떠난 바 있다. 공황장애는 2004년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됐다. 이 병은 완치가 가능할까. 강은호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9∼12개월간 꾸준히 약물치료만 잘해도 공황장애는 완치할 수 있다”며 “환자나 가족, 국가 모두 병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꼭 치료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 심장질환과 증상 구분이 어려운 병

회사원 김모 씨는 1년 전부터 조직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증세는 점점 심해져 곧 가슴이 조여 오고 진땀이 흘렀다.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 씨는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다음 날에도 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나중에는 지하철을 타면 숨이 막히는 증상을 또 겪을 것이 두려워졌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김 씨는 집 근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피검사, 심전도, X선 등의 검사 결과는 의외로 정상이었다. 가슴이 아픈 증상도 나아져 귀가했다. 하지만 김 씨는 그 후에도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고, 결국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 병의 발작 과정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심장 질환과 비슷하다. 환자 대부분은 심장병에 걸려 죽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현기증이 나타나며, 토할 것 같은 느낌도 생긴다. 마비감이나 감각 이상까지 나타나기도 하며 대체로 심장병 질환과 증세가 비슷해 보인다. ▶[채널A 영상] 지하철 스크린도어 열고 투신한 ‘기관사’, 평소 공황장애 앓아

하지만 공황장애는 심장병과 달리 발작이 그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심장질환이나 내분비계 등에 대한 검사가 끝나야 공황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공황장애 환자들이 심전도, 운동부하 심전도, X선, 혈액검사, 복부초음파,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모두 정상으로 나온다.

공황장애 확진 판정은 △발작이 또 올까 봐 지속적으로 근심하거나 △자제력 상실, 미칠 것 같은 공포증 등 발작 결과에 대해 걱정하거나 △외출 기피 등 공황에 의한 심각한 행동변화가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비로소 이뤄진다.

○ 인구의 1∼4%가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하는 병

공황장애가 생기는 근본적 원인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공황장애 환자 다수가 증상 발생 전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생물학적 요인이 공황장애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나 뇌 측두엽과 전두엽 등의 이상이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유병률도 계산하기 힘들다. 강 교수는 “전체 인구의 1∼4%가 일생에 한 번은 공황장애 증상을 겪는다. 한국의 경우 공황장애 환자가 40만∼6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황장애는 때로 광장공포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광장공포증을 겪는 환자는 빠져나가기 힘든 장소나 상황에 혼자 있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된다. 과거에 발작을 경험했던 장소나 상황을 피하려는 행동을 한다.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버스 지하철 비행기 택시 등 대중교통 △식당 극장 등 시끄럽거나 복잡한 장소 △사우나 또는 냉탕 △사방이 폐쇄된 장소 △엘리베이터 등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또 △줄 서서 차례 기다리기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 △혼자 집에 있는 것도 두려워한다.

○ 12개월 약물치료로도 완치 가능한 병

공황장애 환자들은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정신분석치료, 바이오피드백 치료 등을 함께 받는다.

약물치료에는 두통과 불면증에도 처방되는 삼환계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성분이 함유된 벤조디아제핀 계통, 효소작용을 막는 마오 차단제, 우울증에도 처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차단제 등이 사용된다. 강 교수는 “1∼2개월간 처방된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공황장애 증상이 사라진다”며 “그렇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용량을 약간 줄여 9∼12개월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도와주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행동 요령을 배우는 과정이다. 주로 환자 자신의 잘못된 신념이나 태도를 바꾸고 두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게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정신분석치료 대상은 환자의 무의식 세계다. 공황증상을 일으키는 무의식과 감정, 왜곡된 사고 패턴을 고치는 과정이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환자의 생리 현상을 컴퓨터 화면으로 관찰하면서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맥박을 잴 때 스스로 긴장을 올렸다가 푸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신체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강 교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공황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평소에 긴장을 이완하고, 주변 사람과의 공감대를 넓히며 산책이나 여행 등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노력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