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6-07 22:49
주간조선(알콜)
 글쓴이 : 푸른마음신경정신과
조회 : 1,665  
[건강] 약 먹어서 술 끊는다…기존 치료법과 병행

'약을 먹어서 술을 끊는다.'
알코올 중독을 약으로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약물치료법은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부분적으로 치료에 도입돼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같은 약물치료법의 도입은 알코올과 뇌의 상관관계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중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술에 대한 갈망(craving)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약의 개발이다. 현재 여러 가지가 개발되고 있는데 날트렉손(Naltrexone)이란 약은 이미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트렉손은 FDA(미국 식품의약국) 공인까지 받아 알코올 중독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임상시험 중이어서 곧 출시될 약도 두 가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주(禁酒)에 들어가면 금연(禁煙)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금단(禁斷) 증상이 나타난다. 이 단계는 보통 3일 정도 지속되다가 끝난다. 금주에서 정말 어려운 문제는 금단 증상보다 술에 대한 갈망이다. 알코올 중독자의 뇌는 강압적으로 알코올을 원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물론 이는 장기간에 걸친 과음의 결과이다. 현실적으로 수백가지 생각이나 행동(술집거리를 지나간다거나, 맥주 광고를 본다거나)이 술에 대한 갈망을 야기할 수 있다.

술에 대한 갈망은 심지어 잠자는 알코올 중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친구가 공항에서 큰 샴페인 잔을 들고 나를 맞이하는 꿈을 꾸었어요." 알코올 중독 치료로 유명한 미국의 베티 포드센터(LA 인근)에서 28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한 환자의 말이다. 치료받고 있는 다른 중독자들은 친구가 엄청난 양의 술을 가지고 찾아오는 꿈을 꾸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그같은 꿈은 술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끊임없이 생기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쾌락성 물질 순간적 다량 분비 막아

아직 그 작용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알코올 중독 치료에 사용되는 약들은 그같은 갈망을 줄여 줄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으나 초기에 치료제로 사용되었던 앤타뷰즈(Antabuse)는 술을 마시면 괴롭게 만드는 작용을 했다. 하지만 술에 대한 갈망 자체를 줄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날트렉손은 술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점에서 날트렉손은 이전에 간헐적으로 사용되던 약물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술에 대한 생각을 하거나 술 사진을 볼 때 뇌에서 분비되는 쾌락성 물질의 순간적인 다량 분비를 막음으로써 그같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은 처음에는 헤로인 같은 마약성 약물을 끊기 위해 만들어졌다.

날트렉손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한 미국 남성(23)은 그 약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주일에 두번 정도, 맥주 7~8잔과 위스키 2~3잔을 마시는 과음을 했다. 그는 “내가 원한다면 술을 끊거나,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약을 먹은 주에는 술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 남궁기(南宮錡) 교수팀이 지난 96년부터 5년간 미국 예일대 알코올남용연구센터와 공동으로 196명의 알코올 중독환자를 대상으로 날트렉손 치료효과에 대한 시험을 한 결과, 10주 투약에서 비(非)음주일수 비율이 30~40%에서 80~90%로 급증했다. 또 인지(認知)행동 치료를 시행하면서 10주간 날트렉손을 투약하면 약을 끊고 위약(僞藥)을 주더라도 6개월 이상 그 효과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10주간 날트렉손만 투여하면 투약시에는 치료효과가 있었으나 약을 끊고 위약을 투여한 6개월간은 치료효과가 크게 감소했다.

이같은 시험결과는 금년 중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게재될 예정이다. 남궁 교수는 “날트렉손은 뇌에 작용, 알코올이 주는 긍정적 강화효과를 감소시켜 음주 갈망을 줄이며 음주 양 및 횟수도 줄인다”고 설명했다.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라는 약물은 유럽에서 전도유망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남궁 교수팀이 지난 99~2000년 72명의 알코올 중독 환자들 대상으로 이 약의 치료효과를 시험한 결과, 환자의 40%가 8주간의 투약기간 중 완전 금주상태를 유지했다. 치료 전 평균 이틀에 한번 꼴로 음주하던 환자들이 치료 시작 첫 4주간은 5일에 한번, 다음 4주간은 7일에 한번꼴로 음주 횟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하루 평균 소주 1.5~2병의 음주량이 치료 시작 첫 4주간은 평균 2~3잔, 다음 4주간은 1~2잔으로 감소했다.

남궁 교수는 "이 약은 흥분성 아미노산 특히 글루타메이트를 억제해 음주 갈망, 음주량과 횟수를 줄인다"며 "현재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는 유럽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온단세트론 (Ondansetron)이란 약물은 최근 임상시험 결과 음주를 줄이고, 금주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경우 매년 50만여명이 금주를 결심하고 베티 포드 센터와 같은 알코올 중독 치료기관들을 찾는다. 또 100만명 정도는 알코올 중독 상담 단체와 접촉한다. 이때 첫번째 조치는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 환자들은 다리를 떨거나 팔을 긁거나 얼굴을 때리거나 하는 등의 금단 증상을 보인다. 심지어 환각, 발작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그동안 이들의 뇌는 흥분을 야기시키는 화학물질과 평정을 되찾게 하는 화학물질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금주는 흥분을 선호하는 쪽으로 균형을 깨뜨리게 된다. 이때 발륨(Valium:이 또한 중독성이 있음)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카르바마제핀(carbamazepine), 디발프로엑스(divalproex), 가바펜틴(gabapentin) 등 비중독성 항경련제들이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 작업은 결국 환자 자신의 몫

전문가들은 새로운 약물들이 상담치료ㆍ집단치료와 병용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존 치료법들은 마치 중풍을 앓은 환자가 재활을 통해서 다시 말하고 움직이는 법을 배울 수 있듯이, 뇌가 받은 피해를 보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법들을 통해 많은 알코올 중독자들이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배운다는 것이다. 1997년 대규모로 시행된 인지치료, 동기치료,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 집단치료 등 세가지 치료법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 치료 집단에 속한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음주를 줄이든지, 심각한 음주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스스로의 의지로 금주에 성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충격적인 사실은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스탠퍼드 의대 정신과의 케이스 험프리스 박사는 말했다. 술을 끊는 능력은 개인의 내적 동기만큼이나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알코올 중독 치료기관들도 아직은 약물치료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베티 포드센터의 경우 추적 관찰을 통해 자꾸 재발하는 환자들에게 음주 갈망을 이겨내도록 하기 위해 날트렉손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입원 중인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약물치료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약물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는 상담치료나 12단계 치료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에 프로작(Prozac)이 보편적으로 처방되듯이 알코올 중독에도 약물치료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알코올 중독 전문가들은 80% 이상의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고 장담하는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일부 알코올 중독자에게 분명한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어떤 약물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조심할 것을 권한다. 과학자들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병의 기저에 깔려 있는 뇌변화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알게 되어도, 회복 작업은 환자 자신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한국형 알코올 중독 자가진단표 1.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십니까? (0) 전혀 마시지 않는다 (1) 한달에 한번 미만 (2) 한달에 2~4회
(3) 1주일에 2~3회 (4) 1주일에 4회 이상

2. 평소 술을 마시는 날 몇잔 정도나 마십니까? (0) 1~2잔 (1) 3~4잔 (2) 5~6잔 (3) 7~9잔 (4) 10잔 이상

3. 한번 술을 마실 때 소주 1병 또는 맥주 4병 이상의 음주는 얼마나 자주 하십니까? (0) 전혀 없다 (1) 한달에 한번 미만 (2) 한달에 한번
(3) 1주일에 한번 (4) 매일같이

4. 지난 1년간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안 때가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0) 전혀 없다 (1) 한달에 1번 미만 (2) 한달에 한번
(3) 1주일에 한번 (4) 매일같이

5. 지난 1년간 당신은 평소 같으면 할 수 있었던 일을 음주 때문에 실패한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0) 전혀 없다 (1) 한달에 1번 미만 (2) 한달에 한번
(3) 1주일에 한번 (4) 매일같이

6. 지난 1년간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에 일 나가기 위해 다시 해장술을 필요했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0) 전혀 없다 (1) 한달에 1번 미만 (2) 한달에 한번
(3) 1주일에 한번 (4) 매일같이

7. 지난 1년간 음주 후에 죄책감이 들거나 후회를 한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0) 전혀 없다 (1) 한달에 1번 미만 (2) 한달에 한번
(3) 1주일에 한번 (4) 매일같이

8. 지난 1년간 음주 때문에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았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0) 전혀 없다 (1) 한달에 1번 미만 (2) 한달에 한번 (3) 1주일에 한번 (4) 매일같이

9. 음주로 인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다친 적이 있었습니까?

(0) 없었다 (2) 있지만, 지난 1년간에는 없었다
(4) 지난 1년간 있었다

10. 친척이나 친구, 또는 의사가 당신이 술 마시는 것을 걱정하거나 술 끊기를 권유한 적이 있습니까?

(0) 전혀 없다 (1) 한달에 1번 미만 (2) 한달에 한번
(3) 1주일에 한번 (4) 매일같이

평가: 총점이 8점 이상이면 음주에 문제가 있으며 12점 이상이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